김기중Kim kijoong의 7가지 건축키워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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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발생적 도시의 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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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로의 활성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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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개 이상의 시선의 교차-의외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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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인된 구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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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간이 입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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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료의 직물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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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지는 건축
그 동안 설계를 공부하고 설계사무소를 다니며 실제 설계 작업을 하고 사무실을 만들어 회사를 운영하면서 설계작업을 하면서 건축에 대해서 폭 넓은 생각을 갖게 되었다. 요즘에는 도시, 건축, 조경, 토목, 디자인 등 다양한 구분들이 인위적으로 설정되어 업역을 구분하고 있는데, 이는 세분화된 분야의 전문가가 작업을 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한편으로는 각 분야의 경계에 있는 혹은 그 중간영역에 대해서 간과하는 상황이 생긴다는 아쉬움이 있다.
우리는 건축설계라는 작업의 영역을 좀 더 포괄적으로 생각하고 싶다. 실제로 우리가 작업하는 일들을 살펴보면 그간 설계사무소가 해오던 일 뿐만 아니라 다양한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건축설계, 마스터플랜, 인테리어, 도시설계, 연구용역, 색채와 사인 등에 이르고 있다.
이런 다양한 작업을 하면서 서로 겹쳐지는 중간 영역에 대해서 생각하게 되고 그것은 단지 업무의 중간영역 뿐만이 아니라 공간의 중간영역을 의미하는 것이기도 하다. 중간영역에 대한 생각은 경계를 흐트러트려 잠재적인 에너지를 공간과 행태의 가능성으로 만들자는 의도이다. 이는 우리 도시가 그 동안 내공간의 안전을 우선 생각하면서 만들어온 거대 도시 블랙홀에 대한 반성이기도 하다. 거대한 아파트 단지, 대규모 쇼핑몰, 테마 파크 등 기존 도심의 구조와 스케일과 무관한 도시 블랙홀들은 그 동안 도시 가로를 즐겁게 하지 못해왔다. 도시의 가로는 보행자와 차량이 안전하고 즐겁게 움직이고 다양한 이벤트가 가능하도록 역할을 해야 한다.
2013년 지금 시점에서 내가 하고 있는 작업의 내용을 몇 가지로 정리해보았다. 어떤 체계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다양한 제안과 경쟁, 그리고 설계와 감리와 준공 등을 통해서 그 중요성을 느끼게 되었다. 이 키워드들이 모두 우리가 했던 작품에서 실현된 것은 아니다. 그 중에서는 아직 실제 작품에 적용하지 못한 부분도 있다. 그것은 아직 나의 역량이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앞으로 좀 더 설계에 대한 논리와 근거를 충분히 만들 수 있도록 경험과 공부를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자연발생적 도시의 미학
평생을 도시에서 살고 있는 나 같은 사람은 나름의 도시에 대한 애정을 가지고 있다. 이것은 자연과 인공의 서로 어우러져있는 모습이다. 오랜 세월동안 자연에 인공이 더해지기도하고 자연적으로 인공을 만들어가기도한 것이다. 노후주거지 밀집지역의 풍경은 우리의 삶과 지혜와 아픔이 고스란이 묻어있는 아름다운 풍경이다. 마치 자연을 대하는 경외심을 가져야한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인공적으로 자연발생적 도시의 로직Logic을 근간으로 건축물의 설계 아이디어를 설정해야한다고 생각한다. 이것이 주변과 조화를 이루는 설계하고 할 수 있다. 주변과 조화를 이루는 것이 그저 겉모습을 보고 하는 것은 아니다. 때로는 건축가가 생각하는 조화와 사용자와 주민이 생각하는 조화가 다른 경우가 있는데 이런 경우에는 건축가가 충분히 주변 맥락을 이해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이 이야기는 이상을 얘기한 것이다. 실제로는 그렇지 못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건축가는 건축주로부터 이 땅에서 최대한 많은 면적을 차지하는 방법을 요구한다. 그리고 건축가는 갖은 방법을 동원해서 이를 실현시킨다. 그리고 나서 이 큰 면적을 최대한 주변과 맞추기위해 노력하지만 한계가 있는 것이다.
하지만 모든 경우가 다 그런 것은 아니다 그리고 법규에서 정한 최대면적으로 설계시 주변과 조화를 이룰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는 건축물을 어떻게 위치시키고 어떻게 비우는가에 대해서 주변과의 관계에서 생각해야한다. 연남동 공공원룸주택은 주변과의 관계에서 어떻게 위치시키고 어디를 비우는가를 고민한 프로젝트이다. 또한 연남 오피스도 비우는 방법으로 주변과의 소통을 시도한 건축물이다.
가로의 활성화
우리가 건축물을 설계할 때 전용면적과 공용면적을 계산하곤 한다. 사업성을 체크해 보기 위해서 분양면적 등이 필요할 때 주로 하게 된다. 혹은 각 실의 실제 사용 면적이 전체 연면적에 비해서 어느 정도 인지 알아보기 위해서 이기도 하다. 그런데 여기서 주목해야 할 부분은 공용면적의 비율이 30~60% 정도로 상당히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는 것이다. 물론 이 공용부분의 대부분이 로비, 복도, 수직이동동선 들이다. 즉 건축물 내부의 가로들이 바로 공용면적인 것이다.
여기서 우리는 외부의 가로와 내부의 가로 그리고 그 중간 영역에 있는 가로의 접점이 좀 더 자연스럽게 흘러들어가고 만나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 가로는 크고작은 오픈 스페이스과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어야하고 내부로 들어가서는 수직동선과 연결되어야 한다.
여기서 수직 동선에 대한 이야기를 좀 하면 법규적으로는 계단의 구조가 소방과 피난 때문에 경직되어 있지만, 그럼에도 계단은 상자안에 갇혀있어서는 안된다고 생각한다. 계단은 수직이동동선도 되지만 한편으로는 아주 근사한 의자의 역할도 할 수 있으며 계단참에서는 간단한 의사소통과 휴식이 가능하다, 또한 계단에서 보이는 조망이 근사한 경우에는 멋진 전망대가 되기도 한다.
바람직한 계단은 주변과 소통이 가능하도록 풀어헤쳐져있어야 한다. 즉 풀어헤친 계단이다. 연남동 공공원룸주택에서는 계단을 외부데크와 복도공간과 긴밀하게 연결되도록 커다란 창을 설치하였다 1,2층을 지나면 확 트인 데크와 복도가 나타나고 계단을 한단씩 오르면서 변화하는 풍경과 조망을 경험하게 된다. 계절과 시간에 따라서 특별한 경험을 즐길 수 있는 이 건물만의 공간이 생긴것이다.
3가지 이상의 시선의 교차
우에노 공원에 가면 르코르뷔지에가 설계한 유일한 일본 내 건축물인 서양근대미술관이 있다. 저층부가 열려있어 외부에서 자연스럽게 내부로 들어서게 된다. 그렇게 내부로 들어가면 개방성이 강조된 로비가 있고 로비를 거쳐 전시 동선이 시작되는데 이리저리 꺽이는 전시동선은 입체적으로 다양한 시선을 주고 받을 수 있도록 설계되어 있다. 앞서간 일행을 바라볼 수 도 있고 뒤에 오는 일행들을 살펴보고 이야기 할 수도 있다. 이런 다양한 시선의 교차는 공간을 또 다른 기억의 장소로 남기게 한다.
디자인된 구조
그 동안 꽤 오랜 시간 건축설계를 하면서 기둥식 라멘 구조의 전형적인 방식을 거의 그대로 인정하면서 설계를 진행해왔던 것 같다. 단지 콘크리트인가 아님 철골인가의 차이가 있을 뿐 구조 디자인이라고 하는 게 있기는 한건지 하는 의심이 든다. 외국 건축대가들의 작품을 보면서 어떻게 저런 건축물이 가능한지 놀라고 이를 잘 살펴보면 구조의 아이디어에서부터 출발했음을 알게된다. 말레이지아 쿠알라룸프르에는 노만 포스터가 설계한 60층정도의 주상복합 건축물이 있는데, 이 건축물은 몇 개의 거대한 벽과 슬라브로 구조가 형성되어 있다. 이런 구조적인 아이디어는 세대내부에서 극단적으로 확장된 개방감이 가능하도록 해준다. 60층 높이에서 바라보는 탁트인 전망은 놀라움 그 자체다.
이 3개의 프로젝트에서는 구조적인 아이디어가 제대로 반영되지는 못했다. 그렇지만 이 부분은 언제나 나에게 숙제로 남아있다.
공간이 입면이다.
어느 순간인지 아니면 계속 쌓여져 왔는지 알 수 없지만 나의 장식에 대한 거부감은 그렇게 계속 강해져만 간다. 그렇다고 내가 작업한 작품이 장식이 없는 그런 건축물들이란 이야기를 하는건 아니다. 사무실을 오픈하고 지금까지는 사무실을 운영하기 위해서는 무슨 일이라도 한다는 마음으로 살아온 것 같다. 그러다 보니 내가 하고 싶은 것과 하고 있는 일이 항상 같지는 않았던 것 같다.
공간은 내부에도 있고 내부와 외부에 걸쳐있기도 하고 외부에도 존재한다. 공간이 존재한다는 건 사용자의 필요나 행복을 위해서 존재한다는 걸 의미한다. 이런 공간들이 엮이면 공간과 접하는 면을 디자인하고 재료를 선정하게 되는데 이런 과정이 입면 디자인이다. 입면은 외부와 내부가 서로 하나이고 연결되어야 한다.
의외성을 가진 공간과 진실된 건축이 필요하다. 장식이나 군더더기없지만 아름다운 건축을 설계하고 싶다. 대부분이 존재의 이유가 있는 건축을 하고 싶다.
재료의 직물화
옷감의 조직을 살펴보면 다양한 실을 이용해서 색과 질감을 표현하고 촘촘함의 정도를 조정해서 다른 감촉의 옷감을 만들어낸다. 이런 옷감들은 날씨에 따라 용도에 따라 연령에 따라 다양하게 적용된다. 우리 부모님이 옷감을 다루는 일을 하셔서 나는 어릴적부터 그 옷감의 오묘함에 매료되어 있었다.
그래서 건축 재료를 사용할때에도 이런 방식을 이용해보고자 생각했는데,.. 나보다 앞서 많은 선배들이 일찍이 건축 재료들을 직물짜듯이 사용하고 있었다. 최근에 겐고 쿠마도 재료의 직물화를 작품에 잘 적용하고 있는 건축사다.
나는 최초로 이대 사범대 디자인시 적용하였다. 화강석과 알루미늄과의 조합을 통해서 가볍게 보이는 돌을 만들어냈었다. 6개의 돌이 하나의 모듈이 되고 이 모듈의 테두리를 알루미늄 바가 프레임으로 둘러 또 하나의 모듈이 되고 건축물 전체를 이런 식으로 뒤덮게 된다. 이는 보이는 각도와 날씨와 빛에 따라 다른 모습을 띠게 된다. 이런 디자인은 특히 지역에서 나는 저렴한 재료를 활용할 때 더욱 그 빛을 발하는 경우가 많다. 이번 연남 오피스에서도 화강석과 문경석을 활용하여 재료를 직물화 하였고 이 입면은 특히 석양에서 특별하게 연출된다. 화강석의 밝은 회색의 무채색과 물갈기 마감으로 빛이 나는 문경석의 붉은 색은 서로 어우러져 다양한 이미지를 연출한다. 그리고 문경석이 화강석 면보다 셋백되어 있어 그 음영이 주는 깊이감은 빛의 효과를 더 강조한다.
만지는 건축
만지는 건축은 디테일에 관한 것이다. 건축물의 디테일의 중요성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일찍이 카를로 스카르빠의 디테일을 경외감있게 바라본 적이 있다. 아무런 의식없이 작은 브리지를 건너면서 잡았던 난간의 손잡이의 느낌을 알고 깜짝 놀랐던 적이 있다. 자세히 보니 약간 타원형의 이 손잡이는 인간의 손의 형상에 가장 근접한 단면 형상을 건축가가 고안해서 만들어내 것이라고 한다.
그 동안 디테일의 중요성에 대해서는 깊이 느끼고 있으면서도 제대로 실현된 적이 별로 없었다. 그 디테일이 맞춤 주문생산으로 이루어지는 경우에는 거의 공사에서 제외되는 경우가 허다했다. 물론 공사비와 공사의 난이도에 따른 문제들이었다.
연남 오피스에서는 중앙의 커튼월에 서향에 대비한 깊이감 있는 루버가 설치되도록 설계되었으나 실현이 되지 못했다. 그리고 후면의 역시 깊이감 있는 수직 멀리온도 축소가 되었다. 이런 디테일들은 건축의 개념에 부합되는 일련의 디자인 과정의 마무리로 이것이 실현되어야 비로소 완성되는 것이지만, 이런 식으로 많은 경우 허무하게 삭제되는 경우가 많은 것이다.
결국 이런 마무리의 실현은 설계자가 감리를 해야 더욱 잘 실현될 수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 건축가가 합리적이고 타당한 디자인을 만들어서 건축주를 잘 설득하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한 건 물론이다. 그리고 디테일 디자인할 때 알아야할 재료들에 대한 스펙과 사용가능 사이즈와 마감들에 대해서는 계속 최신 정보를 익혀야한다. 그리고나서 상상력을 발휘하고 유지보수여부를 면밀히 따져서 설계해야한다. 그렇지만 이렇게 설계하는 일이 쉽지만은 않다. 이런 작업이 가능할 정도의 현실적인 설계비가 우선되어야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우리는 설계비의 높고 낮음에 상관없이 최선을 다하려고 하고 있다. 그렇지만 사무실 운영을 위해서는 다양하고 많은 수의 설계를 수행할 수 밖에 없는 경우에는 물리적으로 한계가 생기기 때문이다.